영화/영화리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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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your name.) 후기

아름답고 아련한 여운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했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너의 이름은.>으로 돌아왔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역대 일본 영화 흥행 4순위를 기록하고 한국으로 넘어왔다. 애니메이션만 결산하면 일본 역대 2위이며, 미야자키 하야오와 비슷한 반열에 들어섰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대박을 냈다. 참고로 일본 내 역대 애니메이션 1위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며, 3위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4위는 <모노노케 히메>이다. 유일하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작 사이에 끼어든 셈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빛의 마술사' 또는 '배경왕'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만큼, 이번 작품도 뛰어난 조명 컨트롤과 화사한 색채 표현을 통해 아름다운 배경을 묘사했다. 일시정지를 할 때마다 매 화면을 한 폭의 화보로 저장할 수 있을 만큼, 배경 묘사가 뛰어나다. 도시 번화가 풍경부터 한적한 시골의 풍경까지 섬세하고 다채로운 배경 묘사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또 캐릭터 디자인도 훌륭하며, OST까지 완벽하다. 목소리 성우로는 카미키 류노스케 (타치바나 타키 역), 카미시라이시 모네 (미야미즈 미츠하 역), 나리타 료 (카츠히코 테시가와라 역), 유우키 아오이 (나토리 사야카 역), 시마자키 노부나가 (후지이 츠카사 역), 이시카와 카이토 (타카기 신타 역), 타니 카논 (미야미즈 요츠하 역), 나가사와 마사미 (오쿠데라 미키 역) 등이 맡았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꿈 (夢; ゆめ; 유메)

여러 가지 키워드를 통해서 <너의 이름은.>을 해석해보겠다. 우선 <너의 이름은.>은 꿈으로 시작해서 꿈으로 끝나는 영화다. 처음은 누군가를 만났던 꿈으로 시작하고, 마지막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꿈을 이루는 것으로 끝난다. 어느 날부터 주인공 미야미즈 미츠하와 타치바나 타키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갑작스럽게 몸이 서로 뒤바뀌어 있다. 처음에는 이를 '리얼한 꿈'으로 생각하지만, 알고 보니 '꿈같은 현실'이었던 것이다.





매듭 [結び; むすび; 무스비]

이 둘의 몸이 서로 뒤바뀌는 것은 서로 간의 매듭, 즉 서로 이어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스비란 어떠한 이어짐을 말한다. 인연, 시간, 만남 모든 것이 무스비다. 이들의 첫 무스비는 붉은 끈(くみひも; 쿠미히모)이지만, 이 시점에서는 타키가 미츠하를 몰랐던 시점이었다. 서로를 아는 시점에서의 무스비는 스마트폰이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성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서로 간의 규칙을 만들어야 했고, 이를 스마트폰에 일기로 기록한다. 하지만 혜성 충돌 이후로 이들의 무스비는 끊겼고, 3년의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무스비는 비틀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지만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타키는 미츠하가 씹어만든 술(쿠치카미사케[각주:1])을 마셔서 다시 무스비를 잇는다. 





이름 [名; な; 나]

名前; なまえ; 나마에 라고도 한다. 애니메이션 원제는 '키미노 나마에와'가 아닌, <君の名は(키미노 나와)>이다. <너의 이름은.>에서 나오는 이름은 가장 큰 핵심이며, 가장 중요한 무스비라고 볼 수 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이름'이 자신의 본 모습을 증명하는 중요한 소재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너의 이름은.>에서 이름은 타인의 존재와 소중함, 그리고 인연을 증명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이름이 이렇게 중요한 요소로 나오지만, 또 잊기 쉬운 요소로 나오기도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센이 비현실세계에서 생활하다가 자신의 본명 치히로를 잊는 것처럼 말이다. 이 부분은 <너의 이름은.>도 비슷하다. 자신이 아는 그 이름은 비현실 세계, 즉 꿈속에서 안 이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꿈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듯이 자연스럽게 잊어버린 것이었다. <너의 이름은.>에서 이름을 잊는 모습이 전형적인 일본 애니스러운 연출이라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애잔하고 가슴 먹먹했다.





혜성 [彗星; すいせい; 스이세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혜성 충돌 사건이다. 타키의 시간에서는 미츠하의 시간이 3년 전 시점이었고, 미츠하를 찾으러 떠날 때는 이미 혜성에 의해 미츠하를 포함한 많은 이토모리 마을 사람이 죽은 후였다. 때문에 이 재난을 막기 위해서 하나의 무스비가 형성된 것이다. 왜 하필 미츠하와 타키가 이어져야 했냐는 답은 애니메이션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두 사람의 만남에 필연성이 있으면 이야기의 가능성이 좁아진다고 생각했고, 이를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이자 운명이라고 설명했다. '1200년을 주기로 도는 혜성'이라는 뉴스 자막도 하나의 복선이다. 이토모리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은 1200년 전, 같은 혜성의 잔해로 인해 만들어진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혜성도 또다시 이토모리 마을에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미즈미야 가문들은 미츠하처럼 모두 이런 꿈같은 경험을 겪어왔고, 이는 이 사건을 막기 위한 기나긴 무스비였던 셈이다. 미츠하의 할머니인 미야미즈 히토하가 이를 증명해준다.





친구 [友達; ともだち; 토모다치]

미츠하의 친구들, 타키의 친구들은 서로 다른 세계를 구분 짓는 단서들이다. 미츠하와 타키는 친구들의 행동을 통해 자신이 몸이 뒤바뀐 꿈을 꾼 것이 실제였음을 알게 된다. 또 이들은 각 세계가 실제 존재하는 세계임을 증명하는 단서들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타키의 세계에서 카츠히코 테시가와라(텟시)와 나토리 사야카가 등장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황혼의 시간 [誰そ彼時; 타소카레도키]

자막에서는 기적의 시간이라고도 표기된다. 이토모리 마을의 방언(사투리)으로 카타와레도키[각주:2]라고도 등장한다. 극 중에서는 이 시간을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시간, 세계의 윤곽이 희미해지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과 만날지도 모르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타소카레라는 단어도 "거기 누구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로, 영화의 제목인 <너의 이름은.>과 일맥상통하는 단어라고 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수업시간에 등장하는 이 단어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하는 중요한 복선이다. 결말부에서 미츠하와 타키는 이 황혼의 시간에서 서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시간, 서로 다른 세계이지만, 이 황혼의 시간 덕분에 기적처럼 만날 수 있었다.





도쿄, 이토모리 [東京, 糸守]

<너의 이름은.>의 배경은 크게 두 곳이다. 타키가 살고 있는 대도시 도쿄와, 미츠하가 살고 있는 농촌 시골 이토모리 마을이다. 이 두 배경은 실제 일본에 있는 장소를 바탕으로 묘사했다. 도쿄는 말 그대로 도쿄이고, 이토모리 마을은 기후현의 히다 후루카와 마을이며, 이토모리 호수는 나가노현의 스와 호수이다. 서로 다른 두 배경은 무스비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또 이러한 대비된 설정을 통해 운명의 로맨스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도시와 시골이라는 차이점 외에도 여러 가지가 더 있다. 남성과 여성, 하고 싶은 일(그림)을 직업으로 하려는 사람과 하기 싫은 전통을 이어가야 할 사람, 욱하는 성격과 부끄럼 타는 성격, 혜성의 아름다움을 본 사람과 혜성의 끔찍함을 본 사람, 미래를 보는 사람과 과거를 보는 사람 등 많은 점이 대비된다. 하지만 이 둘은 무스비로 인해 차이점은 점점 줄어들고, 서로를 이해하며 닮아가게 된다. 





작화와 캐릭터

이번 작품에는 지브리 스튜디오 출신의 안도 마사시가 합류하였다. 안도 마사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등의 작화를 맡았던 작화 감독이다. 또 <가정 교사 히트맨 리본>, <토라도라> 등으로 이름을 알린 타나카 마사요시가 캐릭터 디자인을 하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상업 애니메이션 세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렇게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배경 음악

오프닝 음악과 애니메이션 도중에 나오는 음악들은 <너의 이름은.>을 압축하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신카이 마코토는 단순히 기성 음악을 삽입하지 않는다. 멜로디를 통해 애니메이션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가사를 통해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너의 이름은.>의 OST는 래드윔프스(Radwimps)라는 일본 록 밴드가 불렀다. 아래 OST 리스트를 소개한다.


너의 이름은. OST 목록 [ Radwimps - 君の名は。]


夢灯籠 / Dream lantern / 꿈의 등불 (오프닝곡)

三葉の通学 / School road / 미츠하의 등굣길

糸守高校 / Itomori high school / 이토모리 고교

はじめての、東京 / First view of tokyo / 처음 본, 도쿄

憧れカフェ / Cafe at last / 동경했던 카페

奥寺先輩のテーマ / Theme of Ms. Okudera / 오쿠데라 선배의 테마

ふたりの異変 / Unusual changes of two / 두 사람의 이변

前前前世 (movie ver.) / Zenzenzense / 전전전세

御神体 / Goshintai / 신체

デート / Date / 데이트

秋祭り / Autumn festival / 가을 축제

記憶を呼び起こす瀧 / Evoking memories /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타키

飛騨探訪 / Visit to Hida / 히다 방문

消えた町 / Disappeared town / 사라진 마을

図書館 / Library / 도서관

旅館の夜 / The night inn / 온천의 밤

御神体へ再び / Again to Goshintai / 다시 한번 신체로

口噛み酒トリップ / Kuchikamizake trip / 쿠치카미자케 여행

作戦会議 / Council of war / 작전 회의

町長説得 / Persuading mayor / 이장 설득

三葉のテーマ / Theme of Mitsuha / 미츠하의 테마

見えないふたり/ Unseen two / 보이지 않는 두 사람

かたわれ時 / Katawaredoki / 황혼의 시간

スパークル (movie ver.) / Sparkle / 불꽃

デート2 / Date 2 / 데이트 2

なんでもないや (movie edit) / Nandemonaiya / 아무것도 아니야

なんでもないや (movie ver.) / Nandemonaiya / 아무것도 아니야 (엔딩곡)


▲ 너의 이름은. OST [Redwimps - Sparkle]


▲ 너의 이름은. OST [Redwimps - 前前前世]





정말 만족스러웠던 애니메이션이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아쉬움이 있다. 우선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과장된 감정 표현이다. 일본 특유의 감정 연출이기에 이해는 하지만, 이제는 좀 변화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주인공도 일본 애니메이션에 숱하게 등장하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수동적인 성격에 귀엽고 연약한 여자 캐릭터, "오레가 마모루"를 외치며 세계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정의감에 타오른 적극적인 남자 캐릭터, 그야말로 판에 박힌 캐릭터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캐릭터 다양성이나, 최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변화와 비교하면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또 약간 거부감 들 수 있는 성적 표현 문제도 있다. 가슴을 클로즈업하거나 만지는 행위 등의 연출은 <너의 이름은.>의 핵심적인 개그 요소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캐릭터라는 점에서 비판의 화살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이 <너의 이름은.>의 작품성을 깎아내릴 정도는 결코 아니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고, 결론은 <너의 이름은.>은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이 글을 적는 지금도 여운이 아련하게 남아있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 심금을 울리는 OST, 여운 남는 스토리까지 모든 것이 잘 조화된 애니메이션이었다. 아마도 다시 극장에 갈듯하다. <너의 이름은.>의 움짤을 몇 개 첨부하며 이 글을 마친다.







  1. 쿠치카미사케 [口噛み酒] : 원래 발음은 쿠치카미자케이다. 쿠치는 '입'을 뜻하며, 카미는 '씹다'라는 뜻을 가진 '카무'의 변형이며, 자케는 술을 뜻하는 '사케'의 탁음 표현이다. 한마디로 입으로 씹어서 만든 발효술이다. [본문으로]
  2. 카타와레도키 [かたわれどき] : 카와타레도키(かはたれどき)의 방언 표현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카와타레도키는 새벽녘의 황혼이며, 타소카레도키는 해 질 녘의 황혼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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