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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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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Transformers: The Last Knight) 후기

화려한 CG로 양념한 맛없는 비빔밥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다시 찾아왔다. 시리즈로 <트랜스포머 5>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2014> 이후 사라질 줄 알았지만, 최후라며 다시 돌아왔다. 이전 편과 마찬가지로 마크 월버그가 인간 주인공이며, 옵티머스 프라임, 범블비 등이 로봇 주인공이다. 역대 트랜스포머 영화가 그랬듯, 이번 영화도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엄청나게 큰 스케일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CG는 정말 일류라고 부를만하다. 그에 비해 각본과 연출은 삼류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이전 4편은 시리즈에 대한 애착과 정으로 봤었다. 물론 실망했지만. 그래서 이번 5편도 볼까 말까 굉장히 망설였다. 이 망설임을 뒤로하고 이번 편을 본 이유는, 1편을 보면서 느꼈던 놀라움에 대한 추억 때문이었다. <트랜스포머, 2007>은 정말 컬처 쇼크 그 자체였다. 그런 CG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이 당시에는 정말 비주얼 쇼크였다. 2편 이후로는 시리즈는 거듭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지만, 그래도 그 경험을 추억하며 보답하는 차원으로 보긴 했다. 그리고 이번 편은 내리막길의 경사가 더 가파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거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정말 놀라운 영화다. 1편이 '신선한 놀라움'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썩은 놀라움'이다. 그래픽 디자이너의 노력이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영화의 연출과 각본은 사이버트론 행성처럼 황량하고 파괴된 작품이었다.





개연성은 부족하기 그지없으며, 캐릭터는 쓸데없이 많고, 쓸데없이 다중 시점으로 난잡하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장황하고, 편집해도 상관없는 장면이 수두룩한데, 러닝타임은 무려 2시간 30분이다. 영화의 어느 부분이 됐든, 최소 30분 이상 놓칠지라도 내용 이해에는 전혀 지장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 웅장한 음악과 전투 씬이 펼쳐지지만, 어느 곳 하나 집중할 수가 없다.





썩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요리는 플레이팅을 아무리 예쁘게 해놔도 맛없는 요리다. 이번 영화는 그런 썩은 재료가 넘쳐났고, 그나마 조금 있는 신선한 재료를 살리기보다는 썩은 재료를 어떻게든 모두 넣어서 요리를 완성하려 했다. 왜 등장한지 이해가 안 되는 소재들이 넘쳐났고, 이런 소재들을 굳이 영화의 엔딩까지 끌고 가면서 어딘가에 사용하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애처로웠다.





이번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는 마치 베르니케 실어증[각주:1] 같은 영화다. 말은 유창하게 하나 듣는 사람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본인은 자신이 뭐가 이상한지 인지하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분명 화려한 CG, 영웅적 묘사, 뭔가 있어 보이는 대사로 유창하게 보여주지만, 관객은 이 영화가 당최 무엇을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시나리오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조리가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R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트랜스포머를 제작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는데, 그가 이번 영화를 통해 뭘 실수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한 모양이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도 인간으로 변장한 쿠인테사가 등장하여 유니크론을 언급하는 것을 봤을 때,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대한 그의 미련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우선 현재까지는 트랜스포머 후속작 제작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며, 대신 스핀오프 영화 <범블비>가 개봉할 예정이다. <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연출했던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이 영화 <범블비>를 연출하며, 헤인리 스테인펠드 등의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다. 개봉 예정일은 2018년 6월이다.




  1. 베르니케 실어증[Wernicke's aphasia] : '이해 실어증'이라고도 하며, 베르니케 영역(귀 위쪽에 위치하는 뇌의 일부 영역)이 손상되어 발생하는 실어증이다. 베르니케 영역은 말을 이해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 영역이 손상되면 말은 유창하게 하더라도 말에 조리가 없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며, 이러한 문제점을 본인은 인지하지 못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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