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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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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후기

디카프리오: 오스카를 줘야하는 자





영화 <버드맨>으로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도 오스카 수상이 유력하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29일에 생방송 중계되며, <레버넌트>는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미술상, 의상상, 음향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부문에 후보로 올라와 있다. 또한 <레버넌트>에서 명연기를 펼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각주:1]가 남우주연상 후보로, 톰 하디가 남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다.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인 만큼 <레버넌트>의 힘은 대단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 강렬한 연출과 촬영, 훌륭한 음향과 의상, 그리고 놀랍고도 경악스러운 연기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요소가 없었다. 특히 <인셉션>에서 동료로 만났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휴 글래스 역)과 톰 하디(존 피츠 제럴드 역)의 연기 대결이 아주 볼만하다. 둘 다 후보에 올라갔으니, 나란히 상을 받으면 좋겠다. 이 둘 중에 굳이 한 명을 뽑자면, 오랜 기간 오스카상을 수상하지 못한 디카프리오가 받길 기원해본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레버넌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다. 영화 배경은 1800년대 인디언들이 활동하던 미국 서부 지대다.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는 회색 곰에게 습격 받아 구사일생하였지만, 사실상 숨만 붙어있는 시한부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런 그가 버틸 수 있던 것은 하나뿐인 가족이자 아들인 호크가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글래스의 동료였던 존 피츠제럴드가 돈과 이기심 때문에 호크를 죽이고 다친 글래스를 오지에 버리고 도망쳐버린다. 글래스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최악의 몸 상태로 홀로 남겨졌지만, 피츠 제럴드를 향한 복수심 덕분에 목숨을 이어가며 복수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 생존과 복수의 과정이 정말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이 놀라운 사실적 묘사에 큰 몫을 한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 기술이었다. 디카프리오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정말 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나 자신이 괴로웠다. 연기력이 너무 리얼해서 내 살이 찢기는 것처럼 온몸을 부여잡고 보게 됐으니 말이다. 여기에 톰 하디의 악역 연기가 영화의 깊이를 한 층 더했다. 게다가 웅장한 산맥, 거대한 나무들이 빼곡하게 채운 숲, 겨울 강의 물 줄기, 흉포한 회색곰, 눈으로 덮힌 드넓은 땅 등, 배경의 디테일과 이를 담은 촬영 덕분에 더욱더 사실적인 영화로 거듭났다. 다큐멘터리 같으면서도, 보통 다큐멘터리에서 보기 힘든 풍경을 보자니 그저 입이 벌어진다. 매 장면이 "대체 어떻게 찍었을까" 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 멋진 촬영은 <그래비티>, <버드맨> 등으로 이미 오스카 상을 쥔 엠마누엘 루베즈키 감독이 맡았다. 이번 영화도 정말 훌륭하게 찍어내서 촬영상 3연속 수상이 가능해 보인다.





또 이냐리투 감독의 연출 또한 대단했다.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했다면, 이냐리투 감독은 인간의 본능과 감정을 담아냈다. 글래스에게선 부성애와 복수심을, 피츠제럴드에게선 탐욕과 이기심을, 헨리에게서 동료애와 정의심을, 호크에게서 가족애를, 브리저에게서 죄책감과 양심을 볼 수 있다. 이 다양한 감정 서로 충돌하고 얽히면서 대자연을 이겨내고 삶과 스토리를 이어간다. 그리고 이들 주변에서 맴돌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인디언 세력이 또 하나의 볼거리다.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한 서양인들에게 순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맞서서 싸우고 복수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글래스는 이 때문에 슬픔을 겪기도 하고 도움을 얻기도 하는 기구한 운명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한 디카프리오의 연기, 이냐리투의 연출, 루베즈키의 촬영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추가된 훌륭한 양념이 있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향, 그리고 의상과 분장이다. 이 양념이 없었다면 이렇게 요리된 영화는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가 상을 얼마나 받을지 기대된다.




  1. 사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맞는 표기법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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