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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핵소 고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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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소 고지 (Hacksaw Ridge) 후기

신념은 총알로 뚫을 수 없다





영화 배우이자 영화 감독인 멜 깁슨이 <핵소 고지>로 돌아왔다. 그동안 <브레이브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아포칼립토> 등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이번 영화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전쟁 영화이다. 배경은 2차 세계 대전이며, 이 전쟁에 참전했던 한 의무병의 감동 실화를 드라마틱하게 담아냈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앤드류 가필드 (데스몬드 도스 역), 샘 워싱턴 (글로버 대위 역), 휴고 위빙 (토마스 도스 역), 테레사 팔머 (도로시 쉬테 역), 빈스 본 (하웰 하사 역), 루크 브레이시 (스미티 라이커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하여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데스몬드 도스의 신념

주인공 데스몬드 도스는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각주:1]의 신자로 양심적 병역거부[각주:2]를 한 인물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데스몬드는 병역은 거부하지 않았으나, 집총은 거부했다. 데스몬드는 안식교의 독실한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안식교를 믿게 되었으며, 영화에서는 유년기 때 동생 '할'을 실수로 죽일 뻔하면서 신을 믿게 됐다는 일화가 나온다. 그리고 그가 집총 거부를 결심한 이유는, 아버지와의 다툼에서 권총 때문에 위험했던 일화로부터 나온다. 이런 일화가 소개된 까닭으로는, 데스몬드의 신념이 단순한 종교적 신념으로 희석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즉, 데스몬드의 집총 거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 신념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집총 거부의 신념은 신과 자신에 대한 약속이자, 굳건한 의지였으며, 그의 무기이기도 했다. 





도로시 쉬테의 서포트

데스몬드가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강인한 정신력뿐만이 아니라. 도로시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로시의 신념은 '신뢰'였다. 도로시는 데스몬드를 전적으로 신뢰하며 응원했고, 이것은 데스몬드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데스몬드는 자신의 신념을 도로시에게도 증명하고자 했다. 자신의 신념조차 지킬 수 없다면, 도로시를 지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두 커플의 신념은 서로 간의 관계를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도구이자, 진실한 사랑의 증명이었다.





데스몬드 도스의 아버지

데스몬드의 아버지는 윌리엄 토마스 도스(톰 도스)이며, 1차 세계 대전의 참전 용사이기도 했다. 그에게 있어서 전쟁은 끔찍한 기억이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악마였다. 그 악마로 인해 톰 도스의 성격은 괴팍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아버지였다. 군 법정에 회부된 아들을 위해 장군까지 직접 대면하여 양심적 집총 거부가 정당함을 증명해낸다. 무죄를 받아낸다면 데스몬드가 다시 끔찍한 전장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았지만, 총보다 강력한 아들의 신념을 믿었고, 아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실제 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영화의 극적 연출을 위한 허구 설정이 많다. 데스몬드와 톰의 다툼 일화는 허구이며, 톰은 평범한 목수였다. 또한 상관에 대한 호소도, 장군이 아닌 교회의 군의회 의장에게 호소했다고 한다.





불신마저 이겨낸 신념

글로버 대위, 스텔저 대령 등의 지휘관과, 데스몬드를 둘러싼 피닉, 포드, 라이커 등의 다른 병사들 모두 데스몬드를 믿지 못했다. 지휘관의 입장에서는 집총 거부가 전투력을 저해시키는 요소였고, 또한 지휘관의 명령을 거부했으니 군기를 저해시키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데스몬드를 정신병 문제로 의병 제대[각주:3]를 시키려고 한다. (자막에서는 의가사 제대[각주:4]라고 나오는데, 이는 오역이다.) 하지만 데스몬드는 이를 거부하여 군 재판까지 받게 되지만, 아버지 덕분에 무죄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데스몬드는 군 동료로부터 많은 수난을 당한다. 무차별적인 폭력, 따돌림 등 데스몬드에게 있어서 많은 시험이 있었지만, 끝까지 신념을 지켜낸다. 데스몬드는 결국 이 신념으로 타인의 불신을 종식시키고, 당당히 의무병의 직책을 받게 된다.

 




오키나와 전투

1945년 4월 1일부터 시작하여 81일 간 지속된 전투이며, 태평양 최대, 최악의 전투이다. 일본군의 자살 특공대(가미카제)가 최대로 활동한 전투이기도 했다. <핵소 고지>는 이 전투를 잔인하게 묘사한다. 사지가 절단되고, 내장이 터지고, 목이 잘리는 등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온갖 요소로 잔인하게 연출했다. 게다가 일본 장군의 할복자살이나, 항복한 일본인의 자살 테러 등 일본군의 끔찍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리얼리티가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했으나, 지나치게 잔인하게 묘사한 감이 있다. 일부 장면은 불필요해 보일 정도로 유혈이 낭자하고 피비린내 났다.

사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일은 영화보다 더 잔인했다. 일본군은 민간인들을 세뇌시켜 자살하게 만들거나 자살 폭탄 테러를 하게 만들었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수많은 전투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이용당하고 학살당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오키나와 전투의 사망자는 약 20만 명이며, 이중 반 정도가 민간인 사망자 수이다. 오키나와 주민의 1/3이 사망했으며, 조선인도 1만 명 가량 사망하였다.





"Help me get one more"

모두가 서로를 죽이러 전투에 임했지만, 데스몬드는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전투에 임했다. "제발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소서" 라는 데스몬드의 대사는 그의 신념을 대표하는 명대사이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피와 살을 깎으며 목숨을 걸었고, 결국 75명을 구해낸다. 무지막지한 방탄복과 총을 가졌더라도 하기 힘든 일을, '신념'이라는 무기 하나로 해낸 일이었다. 이것은 비단 신을 향한 믿음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다. 비폭력주의, 생명 존중 사상, 사랑, 동료애 등이 모두 얽혀 만들어진 영웅적인 정신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그리고 데스몬드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의 훈장[각주:5]'을 받게 된다.





실제 데스몬드 도스는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화되는 것을 수차례 거부했다고 한다. 자신이 했던 일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며, 이 일로 유명해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평생 조용하고 겸손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나이 87세로 생을 마감하기 몇 년 전, 끊임없이 구애하던 영화 제작사에 영화화를 허락한다. 그리고 이렇게 <핵소 고지>가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이가 감동과 영감을 받기를 기원한다.




  1.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 '안식교, 재림교' 라고도 불린다. 예수의 재림을 믿으며 안식일을 엄격히 준수하는 그리스도 교파이다. 안식일이란 금요일 해질녘부터 토요일 해질녘까지를 말하며, 이들은 안식일에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다. 미국 개신교에서는 이단으로 보지 않지만, 한국 개신교에서는 이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본문으로]
  2. 양심적 병역거부 [Conscientious objector] : 병역이나 집총에 대해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며, 이를 각각 양심적 병역거부권, 양심적 집총거부권이라고 칭한다. [본문으로]
  3. 의병 제대 : 현역 군인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병에 걸리거나 다쳤을 때, 예정 전역일보다 일찍 제대하는 일을 말한다. 이를 의가사 제대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4. 의가사 제대 : 현역 군인이 가사 문제로 인해 더 이상 복무가 불가능할 때, 예정 전역일보다 일찍 제대하는 일을 말한다. [본문으로]
  5. 명예의 훈장 [Medal of Honor] :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 훈장이다. 명예 훈장 수여자는 백악관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수여받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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