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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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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후기

아픔을 마주하는 방법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3번째 연출 작품이다. 잔잔하고 절제된 연출을 통해 역동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다. 출연 배우로는 케이시 애플렉 (리 챈들러 역), 미셸 윌리엄스 (랜디 역), 카일 챈들러 (조 챈들러 역), 루카스 헤지스 (패트릭 역) 등이 등장하여 훌륭한 감정 연기를 선사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 제목인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 위치한 '맨체스터바이더시'라는 작은 도시의 이름을 뜻한다. 약 5천 명 가량의 작은 어촌이다. 영화는 이 실제 도시를 배경으로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주인공인 '리'와 '패트릭'은 이 도시의 주민이며, 삼촌과 조카 관계이다. 이 둘은 핏줄 외에도, '상실의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리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자식을 모두 잃었고, 아내 '랜디'도 사건의 충격으로 리의 곁을 떠나버렸다. 리는 이로 인해 죄책감과 상실의 아픔을 가진 채 삶을 근근이 이어간다. 근근이 이어가는 것도 형 '조' 덕분이었다. 조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자살했을 것이다. 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여 아픔을 극복하기보다는, 상처를 가진 채 아픔을 회피하고 잊으려는 인물이다. 영화는 리의 현재 시점이 주로 묘사되며, 죄책감과 상실감을 덮어둔 채 우울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간간이 리의 과거가 갑작스럽게 등장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듯, 리가 덮어놨던 상실감과 죄책감도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리는 이를 폭력으로 분출시킨다.





'패트릭'은 자신의 아버지 '조'를 잃었다. 패트릭도 리와 비슷하게 상실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려는 인물이다. 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다. 리가 우울과 폭력으로 일관했다면, 패트릭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가슴속에 아픔을 숨긴 채 살아간다.

그런데 조의 유언으로 인해 삼촌 '리'를 후견인으로 만나게 되면서 이 둘의 삶이 얽히게 된다. 이 둘은 성격은 달랐지만, 상실의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둘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이가 된다.





보통 영화라면 이러한 아픔을 극적으로 치유하고, 감동을 주려 한다. 하지만 케네스 감독은 이러한 묘사를 극적으로 연출하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을 택했다. 그래서 영화는 더욱 섬세하고 아련하다. 마치 술자리에서 친구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옆에서 듣는 것처럼 말이다. 극적인 연출은 기대한 이에게는 지루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슷한 아픔이 있는 나에게는 깊은 공감이 있던 영화였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17)에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된 상태이다. 또 이미 케이시 애플렉은 제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2017)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케이시 애플렉의 연기력이 훌륭했기에 수상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그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수년 전 영화 촬영 중에 여성 스태프를 상대로 질 나쁘고 상습적인 성추행을 했다가 소송당했고, 소송의 결과는 무죄가 아닌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이 사건을 아는 사람이라면 영화 보는 것이 영 불편했을 것이다. 과연 아카데미는 케이시 애플렉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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