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리뷰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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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워터 호라이즌 (Deepwater Horizon) 후기

미국 사상 최악의 해양 재난을 그린 실화 영화





<핸콕>, <배틀쉽>, <론 서바이버>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피터 버그 감독이 <딥워터 호라이즌>으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각색한 재난 영화이다. 배우로는 마크 월버그 (마이크 윌리엄스 역), 딜런 오브라이언 (케일럽 할러웨이 역), 케이트 허드슨 (펠리시아 역), 커트 러셀 (지미 하렐 역), 존 말코비치 (비드린 역) 등이 등장한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할리우드 영화답게 블록버스터 스타일로 연출했으며, 덕분에 스펙터클하고 실감 나는 재난 묘사를 볼 수 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실제 사건

<딥워터 호라이즌>은 2010년 미국 멕시코 만에서 발생했던 기름 유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이며, '딥워터 호라이즌'은 당시에 폭발했던 시추선의 이름이다. 딥워터 호라이즌호는 대한민국의 제조회사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시추선이며, 스위스의 해상 굴착 회사 '트랜스오션(Transocean)'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시추선이었다. 폭발 사건 당시는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이 시추선을 임대하여 운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0년 4월 20일, 관리자와 운영자의 부주의로 인해 BOP[각주:1]에 오류가 생겼고, 이로 인해 유정이 폭발하여 엄청난 규모의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 원유는 동년 7월 15일까지 바다에 흘러들어갔고, 그 양이 무려 490만 배럴에 달했다. 2007년 대한민국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 유출된 원유가 8만 배럴이었으니, 비교해보면 62배 이상의 기름이 유출된 것이다. 수많은 해양 생물이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까지도 멕시코 만에 그 피해의 흔적이 남아있다. BP는 이 사건으로 벌금과 피해 보상금을 포함하여 약 200억 달러(23조)의 배상금을 지불하게 되었다.





사건의 원인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은 이 사건이 왜 일어났고, 그 사건 당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영화에서는 BP 관리자의 오판과 태만으로 인해 일어난 것으로 묘사된다. BP는 시추 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시추를 무리하게 진행했던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이 과정을 감정 표현의 소모와 함께 과학적 이론을 꺼내 놓는다. 여기서 등장했던 과학적 이론은 일명 '주머니 효과'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측정 장비의 오류로 인해 드릴의 압력이 잘못 측정된 것이고, 때문에 진행해도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시추이수[각주:2]의 역류 현상이었는데, 이런 현상이 없는 것은 주머니 효과가 맞음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사건의 묘사

하지만 이는 오판이었고, 결국 유정이 폭발하여 딥워터 호라이즌 호도 처참히 무너지고 만다. 이 과정에서 1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18명이 부상당했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이 폭발을 장엄하고 스펙터클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묘사는 사실감과 긴장감을 표현하기에 제격이었다. 또 이런 묘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신파적인 영화보다는 사실적인 영화로 태어나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폭발 속에서 영웅이 있었음을 묘사한다. 마이크와, 지미가 그 예이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모습은 짧지만 강렬했고, 감동적이었다. 최소한의 감정 묘사로 사건을 묘사한 것 자체가, 신파로 치닫는 일반적인 재난 영화와 다른 점이었다.





Guilty pleasure

길티 플레저란 죄책감과 동반하는 즐거움을 말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걸 스스로 알지만, 자신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어떠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길티 플레저는 재난 영화에 숱하게 써먹는 요소이다. 영화 <2012>가 대표적인 예이다. 온갖 대단하고 화려 방법으로 영화 속 사람들에게 재난과 시련을 가져다주고, 관객들은 이러한 장면에서 재미나 스릴을 느끼게 된다. (물론 못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재난 영화 특성상, 길티 플레저를 위한 연출이 어쩔 수 없이 등장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역효과가 있다. <딥워터 호라이즌>에도 길티 플레저를 주기 위한 장면이 더러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팩트를 묘사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가끔은 이 정도까지 묘사할 필요가 있나 싶은 잔인함도 있었다. 무엇이 됐든 과유불급이다.





<딥워터 호라이즌>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재난 영화다. 신파 요소는 거의 없고, 스펙터클하고 현장감 넘치는 연출로 관객이 사건 그대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해줬다. 다만 약간 군더더기가 있는 점은 아쉬웠다. 앞서 말한 길티 플레저 이외에도, 약간 애매한 감정 표현 문제도 있었다. 마이크의 아내인 펠리시아의 전화 장면이라든가, 마이크가 무사히 탈출하여 안으로 들어올 때 마이크의 멱살을 잡으며 따지는 사람이 나오는 장면 등이 예이다. 이런 장면의 등장이 이해는 되지만 딱히 효과적인 연출도 아니었고, 오히려 곁가지를 만드는 모습으로 느껴졌다. 차라리 사건에 처한 주인공들의 감정을 좀 더 묘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 BOP [Blowout Preventer; 폭발 방지기] : 시추 작업 시에 안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장비이다. 유정의 폭발을 막아주는 최후의 장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본문으로]
  2. 시추이수 [Drilling Mud; 試錐泥水] : 시추 작업 시에 사용되는 진흙(mud; 이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드릴의 윤활 작용, 드릴 냉각, 시추공 압력 안정화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중요한 유체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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