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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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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 (Room) 후기

비극 속에서 태어난 순수





브리 라슨에게 제88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선사한 작품 <룸>이다. 영화 <룸>은 엠마 도노휴의 소설 <룸>을 원작으로 하며, 이 소설은 오스트리아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소설이다. 영화의 내용은 괴한에게 19살에 납치되어 7년간 3.5제곱미터의 작은방에 갇혀지내는 엄마 조이(브리 라슨)와 그 아들 잭(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이야기다.





이 비극적인 내용을 지켜보자니 정말 슬프고 분노스럽지만, 모녀를 지켜보면 감동스럽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다. 브리 라슨의 엄마 연기는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아 마땅했고,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아들 연기 또한 정말 훌륭했고 사랑스러웠다. 5살의 아이 '잭'을 연기한 제이콥은 2006년생의 아역 배우이며, 이 영화로 제21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젊은 배우상을 수상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사실 이 영화의 내용보다 실제 사건이 훨씬 더 경악스럽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요제프 프리츨'이라는 70대 노인이 자신의 친딸을 24년간 지하실에 가두고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18세 이후 24년간 갇혀 지낸 '엘리자베스 프리츨'은 그 기간 동안 자녀를 일곱 명이나 낳았고, 이 밀실은 빛도 들어오지 않고 산소조차 부족한 공간이었다. 이 방은 방공호 목적으로 만들어진 방이어서, 기본적인 생존 환경은 구성돼있었고 두터운 벽 때문에 방음도 잘 돼서 밖에서도 안에서도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하는 방이었다. 심지어 24년간 요제프는 자신의 아내까지도 속이면서 지냈고, 아내는 그저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가 실종된 줄로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엘리자베스의 딸 커스틴이 건강 문제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밝혀졌다. 소설가 엠마 도노휴는 이 최악의 근친상간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로 새롭게 재구성했고, 여기서 '잭'이라는 순수한 소년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이 이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 한 것이다.





<룸>은 이 끔찍한 사건을 엄마의 시선과 소년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고, 아들은 엄마를 통해 꿈과 환상을 배운다. 마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나오는 아버지 '귀도'가 아들에게 잔혹한 현실을 '게임'처럼 가르치듯이, <룸>의 엄마는 아들에게 현실을 '꿈'처럼 가르쳤던 것이다. 잭은 '룸'을 우주로 여기며, 테이블, 의자, 변기, 쥐 등 '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그의 친구로 삼고, 심지어 존재하지 않는 강아지 '럭키'까지 친구로 삼는다. 폐쇄적이고 비참한 이 작은 공간에서 이렇게 순수한 소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영화처럼 '비현실적'이지만, 이 소년으로 인해 영화는 더욱 극적이고,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벌어진 사건을 생각하면 더 말도 안 되게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룸>은 방에서 탈출한 이후의 모습도 그린다. 조이는 5살이 된 잭에게 현실을 알려주며, 탈출을 계획한다. 그리고 잭의 영리한 행동 덕분에 탈출에 성공하고 해먹이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조이는 탈출하기 전의 생각처럼 행복하지 못 했다. 7년간 겪은 일을 보면 당연히 그럴만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라도 그런 일을 당하면 트라우마가 안 생기는 게 이상할 것이다. 여기에 주변인과 언론의 불필요한 관심을 보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결국 잭이 자신의 '힘샘'인 머리카락을 조이에게 선물하면서 조이가 큰 힘을 얻게 된다. 잭의 순수함이 조이의 모성애를 다시 살린 것이다. 조이가 5년간 잭에게 희망을 가르쳤지만, 이번엔 잭이 조이에게 희망을 준 셈이다. 이걸 보면서 인터뷰 때 잠시 나왔던 질문인 "잭을 직접 키운 것이 잭에게 최선이었을까요?" 대사가 생각났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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