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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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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1987:When the Day Comes) 후기

그날이 오면, 그날을 기억하면





장준환 감독이 영화 <1987>로 컴백했다. 이번 영화는 1987년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실화 영화이다. 그중 가장 격정적이고 참담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사망 사건'을 다룬다. 배우 캐스팅은 매우 화려하다. 김윤석 (박처장 역), 하정우 (최검사 역), 유해진 (한병용 역), 김태리 (연희 역), 박희순 (조반장 역), 이희준 (윤기자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하고, 특별 출연으로 강동원 (이한열 역), 여진구 (박종철 역), 설경구 (김정남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1987년 대한민국은 2017년의 촛불집회처럼 열정으로 타올랐던 해였다. 많은 이들이 불의에 맞서 싸웠고 민주를 위해 외쳤다. 이것이 바로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진행된 '6월 민주항쟁'이다. 그리고 이 민주항쟁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도록 촉매 역할을 한 두 명의 열사가 있었다. 바로 박종철 열사와 이한열 열사다. 이들은 모두 '그날'이 오기를 꿈꿨다. 이제는 우리가 '그날'을 기억하며 이 영화를 보고 있다. 당시에는 이것이 영화가 될 줄은 상상이나 했었을까.





"책상을 탁 치자 억하고 쓰러졌다."

이 대사는 김윤식이 연기한 인물인 치안본부 5처장 '박처원'의 발언이었다. 그리고 이 발언은 고 박종철 열사의 사망 이유라는 것이었다. 박종철은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었다. 그가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간 이유는 그로부터 그의 형 '박종운'의 소재 파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가 형과 마찬가지로 운동가라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그는 1987년 1월 14일 수사요원이 자행한 전기고문과 물고문으로 인해 사망하였다. 처음에는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며 쇼크사로 발표되었지만, 최초 검안의 오연상의 증언과 부검의의 증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고문 사실을 공식 시인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3달 뒤인,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호헌 조치를 발표한다. 호헌이란 헌법을 지킨다는 뜻으로, 다시 말하자면 현행 헌법을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꾸고자 개헌을 외친 이들이 많았고, 전두환 정권은 이를 무시한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화 운동은 학생 위주로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렸던 결의대회에서 이한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을 직격으로 맞고 쓰러지고 만다. 이때 이한열이 다른 학생에 의해 부축당하며 피 흘리는 모습이 당시 로이터 사진기자에게 찍혀서 뉴스에 실리게 된다. 그리고 대낮에 경찰의 시위 진압에 의해 학생이 쓰러진 것이 세상에 알려지자 국민 모두가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뒤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약 20일간 전국적으로 전 국민이 참여한 6월 민주 항쟁이 펼쳐진다. 그리고 6월 29일 전두환 정권은 사실상 항복을 선언하며 개헌을 통과시킨다. 기폭제 역할을 했던 이한열 열사는 약 한 달간 사경을 헤매다가 7월 5일 사망하였다.





영화 <1987>에서는 이 두 사건의 내막에 다른 공신들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정우가 연기한 '최환' 검사는 실제로 박종철 고문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박종철 고문사건이 은폐되지 않도록 경찰의 불합리한 요청을 거부했다고 한다. 차환 검사는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이희준이 연기한 '윤상삼' 기자는 당시에 최초로 박종철을 검안했던 의사를 직접 취재하여 박종철의 고문 의혹을 제기했었다. 그리고 그의 의혹은 동아일보에 타이틀 기사로 도배되어 '서울대생 쇼크사'가 '박종철 고문사건'으로 바꾸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윤상삼 기자는 후에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또 유해진이 연기한 한병용 교도관은 당시 영등포 교도소에서 근무하며, 당시 수감 중이던 이부영, 김정남 운동가와 함께 활약했다. 설경구가 연기한 김정남은 당시 재야에서 활동하던 민주화 운동가였다. 박종철 고문 사건에 관여했던 경찰관을 폭로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이런 내용을 영화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를 위해 활약한 1987년 당시의 대한민국 국민이 없었더라면, '이날'은 안 왔을 것이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담아 이 벅찬 마음을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은 당신들이 있어서 그날이 올 수 있었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나도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한 보탬이 되겠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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