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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카운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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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카운턴트 (The Accountant) 후기

벤 애플랙의 서번트 신드롬 히어로





벤 애플렉의 새로운 작품 <어카운턴트>다. 감독은 게빈 오코너이며, 톰 하디 주연의 <워리어>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벤 애플렉 (크리스찬 울프 역) 이외에, 안나 켄드릭 (데이나 커밍스 역), J.K. 시몬스 (레이몬드 킹 역), 존 번탈 (브랙스 역) 등이 등장한다. 자폐증 환자의 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범죄/액션 장르의 새로움을 맛볼 수 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벤 애플렉이 연기한 '크리스찬 울프'는 자폐증 환자이자 숫자에 능한 천재 회계사이며, 여기에 힘과 전투능력까지 갖춘 만능 캐릭터다. 정확히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 캐릭터이다. 서번트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등의 발달 장애가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 매우 우수한 능력을 가지는 천재성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영화 <레인 맨, 1988>도 이러한 서번트 증후군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보통은 기억력, 암산력, 계산력 등 특정 영역의 뇌 기능만 우수한데, <어카운턴트>의 크리스찬 울프는 신체적 능력까지 매우 우수하다. 그야말로 '사기' 캐릭터인 셈이다. 





그가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은 그의 아버지 덕분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고,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의 생존을 위해 그를 훈련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찬 울프는 아버지 덕분에 군인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모든 것이 변한다.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죽고, 남동생과 헤어지고, 자신은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감옥에서 프란시스를 만나며 범죄 조직의 회계사(어카운턴트)로 다시 태어난다. 남들과 달랐기 때문에 가능했고, 또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길인 셈이었다.





그랬던 그가 데이나 커밍스를 만나면서 다시 인생의 전환점에 놓인다. 항상 하던 회계 일을 의뢰받고 간 것이었지만, 데이나는 그의 계산에 없던 변수였다. 데이나 때문에 자신의 룰을 어기면서까지 일을 수행하고, 그녀를 구하려고 한다. 데이나의 회계 능력은 크리스찬에 비하면 평범했지만, 그녀의 공감 능력과 따뜻한 마음씨가 그의 마음에 변화를 준 것이었다. 이 둘의 시점이 <어카운턴트>의 큰 줄기지만, 곁가지로 여러 시점이 펼쳐진다. 





우선 크리스찬을 찾는 재무부 요원들의 시점이다. 레이몬드 킹(레이 킹)은 검은 돈을 세탁하는 회계사를 찾기 위해 메디나를 고용한다. 사실 그의 목적은 회계사을 잡아서 법의 심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계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은 메디나가 추적하는 모습이 주를 이루는데, 사실 크게 인상적인 장면은 없다. 그저 사건 파일을 뒤지면서 여기저기 대조하는 게 전부라서 연출 자체는 지루하다. 조연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 다른 시점은 범죄 조직의 시점이다. 사건의 발단은 리빙 로보틱스의 보스인 라마르이다. 라마르가 불법적인 주식 상장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사람을 죽였고, 크리스찬과 데이나까지 죽이려고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위해 고용했던 사람이 브랙스이다. 브랙스는 처음에는 그저 능력 있는 청부 살인업자로 등장하지만, 마지막에서야 그가 크리스찬의 친동생이었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것도 크리스찬이 죽이러 갔을 때 말이다. 형과 동생의 싸움을 과격하게 그린 셈인데, 너무 극적이다 못해 억지스러웠다. 어디있는지 다 찾을 수 있는 천재 크리스찬이 10년간 동생의 직업과 위치를 모르고 지냈다는 게 말이 안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설득력이 부족한 설정들이 꽤나 있다.





<어카운턴트>는 이러한 시점들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그려냈다. 여기에 크리스찬의 과거 회상(플래시백)까지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얽히다 보니 이야기가 장황하고 꼬여있다. 좀 더 간결하게 묘사할 수 있는데도 꼬아버린 느낌이 든다. 또 스토리 진행에 일부 내용을 빼먹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결말은 어설프게 로맨스로 끝내기보다는, 회계사 일에 대한 정당성을 좀 더 부여했다. 크리스찬은 수익의 대부분을 자폐 환자를 위한 병원에 기부를 했고, 그 병원이 바로 자신이 치료받았던 병원이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여자 목소리는 크리스찬이 어렸을 적 퍼즐 맞출 때 도와줬던 자폐증 여자아이였다. 너무 막 나간 결말이 아닌가 싶다. 자폐증은 '병'이 아니라 그저 '다름'이고, 단순한 '다름'이 아니라 '재능'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영화였던 것 같다. 다만 메시지 전달을 위해 사용한 설정이 너무 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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