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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포트라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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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Spotlight) 후기

침묵으로 숨기기엔 너무 추악했던 진실





2월 29일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하지만 오스카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빼도, 이 영화는 스포트라이트를 마땅히 받을만했다.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이며, 미국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의 집중 취재팀이 그 소재이다. 이 집중취재팀 '스포트라이트'는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 사건을 취재하여 교회의 사건 은폐를 폭로한다.





토마스 맥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 스포트라이트 팀의 취재 과정을 정말 자연스럽게 연출했다. 물 흘러가듯이, 그야말로 그들의 취재 현장을 내가 곁에서 찍는 것처럼 카메라에 담아냈다. 마이클 키튼(윌터 로비 로빈슨 역)이 팀장으로, 마크 러팔로(마이크 레젠데스 역), 레이첼 맥아담스(사샤 파이퍼 역)가 팀원으로 등장하며 연기의 깊이를 더했다. 그 외에도 리브 슈라이버(마티 배런 역), 존 슬래터리(벤 브래들리 주니어 역), 스탠리 투치(미첼 개러비디언 역), 브라이언 다아시 제임스(맷 캐롤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하여 연기에 다채로움을 더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스포트라이트>는 정말 자연스러운 연출, 과하지 않은 연기로 훌륭한 스토리를 그려냈지만, 보는 것이 영 불편하다. 왜냐하면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추악한 내용을 그렸기 때문이다. 신자들에게 선행을 베풀고 모범을 보여야 할 사제들이, 오히려 사제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어린이들을 성추행하고 성폭행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추악한 내용은 최소 수년, 아니 수십년은 사람들이 알지 했고, 알더라도 알지 않으려고 했다. 종교 개혁 이전, 썩을 대로 썩어버린 로마 가톨릭교회의 시대에서나 있었을 법한 일이 현대에도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과장됐기는커녕, 오히려 축소 공개됐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은폐했을 테니 말이다.





이 추악한 사건의 진실을 바로 보스턴 글로브가 파헤친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스포트라이트팀은 배런 국장의 지휘 하에 벤, 로비, 마이크, 사샤, 맷이 완벽한 하모니의 팀워크를 이뤄낸다. 실제로 이들이 자연스러운 팀워크 연기를 하기 위해,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 팀을 직접 만나서 곁에서 관찰하고 그들을 따라 했다고 전해진다. 또 토마스 맥카시 감독은 이 영화의 사실성에 대해 가장 만족시킬 사람들로 '스포트라이트'팀이 되어야 한다며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스포트라이트 팀의 이 역사적인 취재는 보스턴 교구의 소속 사제 '존 게오건' 신부의 아동 성추행 사건부터 시작된다. 처음은 단 한 명의 신부를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취재를 진행하다 보니 훨씬 더 큰 스케일의 사건임을 알게 된다. 1명에서 13명으로, 13명에서 90명으로, 90명에서 가톨릭 시스템 전체까지, 엄청난 수의 아동 성범죄자들이 신부라는 이름으로 아무런 처벌 없이 멀쩡히 활동 중인 것이었다. 영화 내에선 30년간 연구를 진행한 전직 신부 출신의 상담 치료원이 등장한다. 전화 상의 목소리로만 등장했지만, 그가 말한 연구 데이터는 목소리만으로도 경악스러웠다. 전체 가톨릭 성직자의 6%가 아동성범죄자라는 것이다. 그는 '페도필리아[각주:1]'라는 하나의 병리 현상 처럼, 신부들의 이런 성범죄를 하나의 병리현상으로 구분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2004년 발표된 존 제이 보고서(John Jay Report)에 따르면, 1950년에서 2002년 사이에 활동한 가톨릭 성직자 중 약 4% 정도가 성적 학대 문제로 고소당했다고 한다. 이 리포트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적자면 아래와 같다.


 - 1950-2002년에 활동한 전체 성직자 수: 109,694명

 - 성적 학대로 고소된 성직자 수: 4,392명 (전체의 약 4%)

 - 연구 표본: 4,392명의 10,667개의 혐의 (혐의는 성추행, 성희롱, 성폭행 모두 포함)

 - 피해자 81%는 남성, 여성 피해자의 경우 남성 피해자보다 연령이 낮은 편

 - 피해자의 22.6%는 1~10세, 51%는 11~14세, 27%는 15~17세

 - 전체 혐의 중 6,696건(전체 혐의의 72%)이 수사되었고, 이 중 4,570건(80%)이 입증되고 1,028건(18%) 입증되지 않음





믿어지는가. 심지어 아동 성추문 사제 문제가 미국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대대적으로 알려진 나라만 해도 호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도미니카 공화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등 수 없이 많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링크 참조. 그리고 이 여러 나라들이 <스포트라이트>의 엔딩 크레딧에 등장한다. 텍스트만으로도 정말 소름 돋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깔끔한 연출이었다. 더군다나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스턴 교구의 핵심 인물이었던 '버나드 로' 추기경이 멀쩡히 활동한다는 자막도 나온다. 그저 보스턴 대교구장 직에서 사임했을 뿐, 추기경의 직분은 유지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후기를 쓰다 보니 분노의 보고서가 돼버린 느낌이다. 여하튼 <스포트라이트>는 연출로든 각본으로든 여러모로 대단했다. 참 언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언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걸 밝히지 않으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라는 마이크의 대사와 "언론이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배런의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또 <스포트라이트>는 이 문제를 개인이나 특정 사람들의 문제로 끝내지 않고,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스포트라이트팀의 원동력이자 결과물이 되었다. 그 외에도 로비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짐 설리반이 약 80명의 신부를 한 명도 빠짐없이 크게 동그라미 치며 확인해주는 장면, 미첼 변호사가 또 다른 아동 피해자를 대하는 장면, 엔딩 크레딧 자막, 그리고 신문 찍어 내는 장면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신문 찍어내는 장면이 언제 나오나 어찌나 고대했던지, 신문이 찍혀 나올 때 정말 손뼉 치고 싶었다. 멋진 영화였다.




  1. 페도필리아[pedophilia] : 소아성애증이라고도 하며, 사춘기 이전의 아이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는 병적 행동을 말한다. 이런 병을 가진 사람을 페도파일[pedophile; 소아성애자]라고 한다. 소아성애자라고 해서 모두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기 때문에, 엄연히 말해 소아성애자와 아동성범죄자는 구분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범죄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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