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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로스트(LOST) 종영!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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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간의 기나긴 진행 끝에 2010년 5월 24일 날짜로 종영한 미국 드라마 로스트(LOST)
6시즌 17~18에피소드 합본으로 방영되었다.
로스트가 어떻게 결말을 맺을 것인지 많은 이가 기대하고 추측했겠지만, 예상대로 결말은 깨끗이 맺지 않았다. 달랑 한편 남았는데 의문점 없이 다 보여주리라곤 기대하지도 않기도 했지만 말이다.
섬은 단지 그 섬으로 남고, 또 다른 세상에서도 단지 그 세상으로 남고 끝났을 뿐이었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결말에 대한 내용도 본인 생각일 뿐입니다.


로스트의 결말에는 데스먼드 흄이 큰 열쇠를 쥐고 있었다.
섬에서 매일같이 버튼을 누르며 폭발을 막았던 데스먼드, 자기장 폭발에도 살아남은 데스먼드, 섬의 스위치(빛)를 끌 수 있는 데스먼드, 그리고 또 다른 세상에서 로스티들에게 기억을 각성시켜주는 데스먼드. 그야말로 로스트의 핵심이라고 부를 만 했다.
데스먼드에 관련된 에피들은 하나같이 로스트에서 손꼽을 수 있는 명작이었다. 특히 손꼽는 에피소드는 상수(constant)의 내용이 얽힌 4시즌 5에피소드!





데스먼드는 찰리를 통해 경험한 기억 각성을 통해, 로스티들에게 그 기억과 경험을 전해주었다.
대부분은 그 기억을 서로 간의 '사랑'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권진수와 백선화는 아이를 통해 그 기억을 얻었다.




사이드 자라는 리비와 함께 기억을 떠올린 헐리가 섀넌과의 만남을 주선시켜 기억을 얻게 됐다. 오랜만에 섀넌이 등장해 너무 반갑기도 했다. 이 세계와 현실에서 나디아와 이어지지 못한 사이드가, 섀넌과 다시 이어지는 걸 보니 흐뭇하기도 했다.




섀넌과 함께 정말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분. 초창기에 너무 불쌍하고 허무하게 죽어버려 아쉬웠던 캐릭터다.




공연장에서 오랜만에 등장하는 샬롯. 역시 반갑다.
아쉬운 엔딩을 예전 캐릭터를 보는 것으로 마나 메울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를 알고서 일부러 그랬겠지라고도 싶다. 샬롯과 다니엘이 이어지는 모습은 따로 보여주진 않았다.




케이트는 섬에서도 있었던 일인 클레어의 출산 과정에서 기억을 떠올렸다.
클레어를 위해 섬에 다시 돌아간 케이트였기에, 그녀의 기억은 정말 기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출산에 같이 도와주웠던 찰리. 그 역시 클레어와 함께 기억을 완벽히 떠올린다.




존 로크는 그의 다리 감각을 되찾으면서 기억을 떠올린다.




제임스(소이어)와 줄리엣은 서로 접촉하면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여기서 제임스와 줄리엣의 재회 장면은 다른 로스티들보다 더욱 뜨겁고 와 닿는 기억 각성인듯하다.




그리고 잭은 아버지의 관을 만지면서 모든 기억을 되찾아 서로 만나러 간다.




그들이 기억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안, 섬에서는 다른 일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섬의 빛을 없애는 일이었다.
존의 형태로 생긴 검은 연기(MIB)와 잭은 데스먼드가 빛에 접근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확신하고 있었는데, 그 결과는 검은 연기의 답에 가까웠다. 바로 섬이 무너져버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잭이 틀리고 이런 진행이 나온 까닭은, 바로 검은 연기를 죽이기 위한 초석이었다. 그 빛이 정확히 무엇이고 왜 생겼고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는 끝까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그 빛으로 인해 죽지 않고 상처도 입지 않았던 검은 연기는, 빛이 꺼지자 그 능력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또 확실한 건 빛이 섬의 중심핵이라는 것이고, 사람에 따라 누군가에겐 무서운 능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은 연기로 돼버린 그는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는 알 수 없다. 단지, 그의 작은 소망(섬에서 나가는 것)에 이루지 못하고 허무하게 죽어버려서 불쌍할 뿐이다.




검은 연기를 죽인 잭은 다시 섬의 빛을 밝히려 한다. 그는 제이콥에게 인계받은 섬 수호자 역할을 헐리에게 넘기며, 자신은 빛을 다시 키기 위한 운명이라 믿고 그 일을 마치고 죽어버리고 만다.
수호자의 역할을 맡은 헐리는 벤과 협력하여 그 일을 완수하기로 한다. 헐리와 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는 점은, 섬 수호자는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검은 연기가 되기 전에 제이콥과의 게임(돌 옮기는 게임)에서 만들었던 그의 규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임신하면 죽는다', '제이콥과 검은 연기는 서로 죽일 수 없다', '섬을 벗어나가선 안된다' 등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들은 단순히 제이콥이 이런 규칙을 만들어놔서 일지도 모른다.




이후 섬에서 죽은 잭은, 지금까지 또 다른 세상(사이드웨이)이라고 여겼던 세계로 이어진다.
잭은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아버지인 크리스천 셰퍼드를 만난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이 죽어서 이곳에 온 것을 알게 된다. 즉, 또 다른 세상은 사후세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6시즌부터 보여줬던 또 다른 세상의 시점은 모두 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로스트의 세계관이 대충 이렇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추락 전의 일상 (현실) - 섬 (현실) - 또 다른 세상 (일종의 중천) - 옮겨갈 곳 (일종의 천국)


어쩌면 로스티들이 비행기 추락하자마자 이미 죽었고, 섬은 또 다른 세상과 마찬가지로 그냥 허상의 세계라고 해석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해석은 잘못됐다. 왜냐면 비행기 추락 전의 일상적인 세계에서 섬과 이어져 있었다.
달마 이니셔티브들이 섬을 조사하기 위해 왔다 갔다 한 것과, 찰스 위드모어가 왔다 갔다 한 것과, 그리고 오세아닉 6인이 섬을 나갔다가 다시 온 걸 보면 섬은 현실 세계가 분명하다. 또 제작진이 직접 섬에서의 일은 현실이라고 밝혔다고도 한다.

하지만 섬은 단순히 보통 현실세계와는 달리 좀 독특한 세계인데, 일종의 매개체 장소로 보면 될 것 같다.
즉, 현실에서 또 다른 세상으로 '기억'을 전해주고, 비참했던 인생을 다른 방식의 '행복'으로 바꿔주며 그 대가로 '시련'을 주는 장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세상에서는 로스티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처럼 생활하는 걸 봐서 죽으면 다 이 세상으로 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들이 '섬'이라는 매개체를 거치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 세상에 영원히 머무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섬을 거친 이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곳이 천국인지 극락인지, 아니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로스트는 그냥 시청자의 상상에 맡기며 결말을 맺는다.

궁금점을 깔끔히 없애주지 않은 떡밥도 너무나 많고 결말도 너무 아쉽기에, 지금까지 본 게 아까워서 끝까지 봐버린 셈이 된 것 같다.
예전 3시즌이 나올 무렵 약 2일 만에 1시즌과 2시즌을 몰아서 다 봐버리고, 3시즌부터 시작하여 여기까지 쭉 봐온 로스트. 이런 식으로 단순히 열린 결말로 끝내버리기엔 너무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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