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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던 리치: 소멸의 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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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 리치: 소멸의 땅 (Annihilation) 후기
음산하고 몽환적인 판타지




영화 <엑스 마키나>를 연출했던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 공개됐다. 영화는 소설이 원작이며, 소설 특유의 독특함을 살려내 신비로운 SF 분위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극장 상영을 하지 않았으며, 감상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를 이용해야 한다. 출연진으로 나탈리 포트만 (레나 역) 베네딕트 웡 (로맥스 역), 미즈노 소노야 (케이트 역), 오스카 아이작 (케인 역), 테사 톰슨 (조시 라덱 역), 제니퍼 제이슨 리 (벤트리스 역) 등이 등장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의 원제목은 <어나힐레이션>이며, '소멸'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는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  제프 밴더미어의 3부작 소설 <서던리치> 시리즈이며, 1권은 <소멸의 땅>, 2권은 <경계 기관>, 3권은 <빛의 세계>의 부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 소설 중, 1편이 영화화된 것이다. 소설이 꽤 난해한 편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화도 그에 못지않게 난해하다. 많은 복선과 떡밥이 등장하지만 어느 하나 시원한 해답을 내주지 않는다. 보는 이에게 알아서 해석하라는 수준으로 메시지를 던질 뿐이다.




사실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처럼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으면서 개봉 방식이 변경되었다. 북미,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넷플릭스로만 감상할 수 있다. 그 덕에 접근성이 좋아 장소와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편히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영화의 독특한 영상미를 큰 화면에서 볼 수 없는 것은 아쉽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배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큰 TV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좋다. 마치 우주 판타지를 지구에 옮겨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의 독특한 영상미만큼이나 내용과 캐릭터도 독특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특정 지역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고 이로 인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그리고 이 장소를 '쉬머'라고 명명한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쉬머의 영향력과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쉬머의 확장을 막고 연구하기 위해  'X 구역(Area X)'을 창설한다. 하지만 X 구역에서도 쉬머를 제대로 연구할 수 없었다. 쉬머 안에서는 모든 전파가 차단되어 데이터 송수신이 불가능했고, 인간이 쉬머에 직접 탐색하러 가면 실종돼버리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레나'는 남편 '케인'이 쉬머에 다녀온 이후로 이상해지자, 그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자신도 쉬머로 들어가게 된다.




쉬머 속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는 가히 압권이다. 신비롭게 변한 동물과 식물을 보고 있노라면 기묘하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이 생명체들이 마냥 아름다운 대상이지는 않다. 영화 속 인물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영화 밖 관객까지 스릴 있게 만든다. 미지의 배경과 함께 영화 속 인물들도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각자의 사연을 통해 쉬머 안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캐릭터의 개성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쉬머 속에서의 변화도 각기 다르다. 또 이들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도 독특한 설정이다. 대부분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남성 캐릭터가 주인공을 하거나, 팀원이 혼성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군인, 박사, 리더, 연구원 등 모두 여성으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이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괴생명체가 등장한다. 이 생명체는 DNA 변화를 통해 다른 이의 모습을 복제할 수 있었고, 또한 주변의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명체였다. 그리고 쉬머 밖에 있는 케인은 복제된 케인이었고, 진짜 케인은 이미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나는 백린탄을 사용하여 이 생명체를 해치우고 무사히 탈출한다. 그런데 복제된 케인은 여전히 살아있었고, 오히려 병이 완치된 상태로 건강해졌다. 영화의 결말에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남기며 마무리된다. 이 웃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니면 인류의 진화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의 이전 작품인 <엑스 마키나>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말을 던져줬던 것으로 보면, 이런 식의 결말은 아마도 감독의 취향인듯하다. 물음표가 남는 결말이지만, 정답은 없기 때문에 해석하기 나름이라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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