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영화리뷰

영화 로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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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 (Logan) 후기

장엄하고 아름다운 마무리





<아이덴티티>, <3:10 투 유마>, <더 울버린> 등의 영화를 연출했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최신작 <로건>이다. <더 울버린>을 연출한 이후 4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왔고, '울버린'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냥 마침표가 아니다. 한 점에 감동과 장엄함이 담겨있다. 출연진으로 휴 잭맨 (로건/울버린 역), 패트릭 스튜어트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 역), 다프네 킨 (로라/X-23 역), 스테판 머천트 (칼리반 역), 리차드 E. 그랜트 (잰더 라이스 박사 역), 보이드 홀브룩 (도널드 피어스 역) 등의 배우가 등장한다. 이번 <울버린>은 화려하고 피비린내 나는 액션 요소와 인간애의 극한을 보여주는 드라마 요소가 어우러진 영화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로건>은 분명히 마블 영화지만, 전혀 마블 영화 같지 않다. 마블 캐릭터 '로건'이 나오지만, 마블 특유의 향이 풍기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연출 스타일, 완전히 다른 스토리텔링, 완전히 다른 장르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 나이트> 시리즈가 DC 영화이지만, 기존 DC 영화와 전혀 다른 느낌이듯이, <로건>도 그랬다. 한마디로 '탈마블' 영화였다. 





로건, 울버린, 그리고 제임스 하울렛

주인공 로건은 엑스맨의 일원이었으며, 자연 치유 능력(힐링 팩터)이 있는 슈퍼 히어로였다. 이름하여 '울버린', 다쳐도 빠르게 회복되었고, 그로 인해 늙지도 상처입지도 않았던 몸이었다. 그런 몸에 아다만티움 금속을 이식하여 몸 자체를 최강의 무기로 만들어낸다. 아다만티움은 아다만티움으로만 자를 수 있었기 때문에, 울버린의 아다만티움 클로는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하지만 아다만티움은 양날의 독이었다. 최강의 금속이었지만, 울버린의 치유 능력마저 잃게 만드는 최강의 독이었던 것이다. 

영화 <로건>은 이러한 설정을 바탕으로 능력을 점점 잃어가는 울버린을 묘사했다. 슈퍼히어로 '울버린'이 아닌, 인간 '제임스 하울렛(로건의 본명)'에 가까웠다. 그것도 리무진 드라이버로 근근이 돈을 버는 생계형 인간이었다. 게다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몸에 상처가 가득하며, 다리를 저는 늙고 병든 인간이었다. 후회와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가득 찬 인간이었으며, 자살을 시도하며 삶을 포기했던 폐인이었다.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찰스의 존재였다.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

찰스는 엑스맨의 설립자이자, 로건의 스승이고 은인이었다. 방황하던 로건을 따뜻하게 받아들였고, 그에게서 내면의 선(善)을 발굴하여 영웅으로 만들어낸 훌륭한 멘토였다. 찰스의 능력은 정신 제어이며, 지구 상에서 가장 뛰어난 뇌를 지닌 슈퍼히어로였다. 하지만 그런 찰스도 세월 앞에 무너졌다. 병 들어가며 정신 발작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트렸다. 로건은 이렇게 병든 찰스를 보호하기 위해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간병한다. 하지만 이 둘은 행복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한 소녀가 등장하면서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X-23, 로라

그 소녀는 로라였다. 영화 <로건>의 시대적 배경은 뮤턴트가 더 이상 탄생하지 않는 시대이다. 어느 시점부터 뮤턴트의 맥이 끊겼고, 수적으로 부족한 뮤턴트는 인간에게 잊혀 가는 존재일 뿐이었다. 로라는 실험에 의해 태어났고, 뮤턴트 DNA로 만들어진 인간 병기였다. 그리고 그 DNA는 바로 로건의 DNA였다. 한마디로 로건의 딸이었다. 로건의 자식답게 힐링 팩터 능력을 지녔으며, 아다만티움도 체내에 주입되어 클로 사용이 가능했다. 로건은 최대한 조용히 살려고 했지만, 로라의 능력을 보면서 자신의 결심에 동요가 생긴다. 그리고 찰스의 부탁으로 인해 결국 마음에 변화가 생긴다.





결국 로건은 로라의 자유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다. 처음에는 서로 남처럼 으르렁거렸지만, 점점 부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서 로라가 로건을 아빠로 부르면서 감동이 절정에 다다른다. 이 결말까지 가는 과정은 정말 감동적이고, 인간적이다. 이전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 시리즈가 영웅 '울버린'을 그렸다면, 이번 <로건>은 인간 '제임스 하울렛'을 그렸다. 

인간 제임스 하울렛은 상처입고 지친 모습이기에, 가끔은 안쓰러울 정도로 처량하다. <로건>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만큼, 유혈이 낭자하고 수위가 높은 잔인함을 보여준다. 덕분에 로건에게 생기는 상처, 즉 물리적 고통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또한 로건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면서 얻는 정신적 고통도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예전 엑스맨 시리즈처럼 연출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의 배경도 서부의 황야처럼 황량하여 쓸쓸한 분위기가 기저에 깔려있고, 여기에 로건의 인간미가 넘쳐흘러서 감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모든 게 얽혀 영화 <로건>은 완전히 새로운 마블 영화로 탄생했다. 사실상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차용만 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그린 영화나 다름없었다.






<로건>이 이렇게 멋진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훌륭한 연출 역량이 컸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배경으로 하여 <3:10 투 유마>에서 보여줬던 서부의 느낌을 <로건>에 이식한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기존 마블 영화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성과 가족애도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것이 잘 표현된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 크게 작용했다. 휴 잭맨의 울버린 연기는 그야말로 마스터피스였다. 울버린 캐릭터는 휴 잭맨이 아니라면 아무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주름과 근육조차 연기를 한 느낌이었다. 더 이상 휴 잭맨의 울버린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지만, 그래도 이렇게 장엄하고 아름답게 퇴장해줘서 정말 행복했다. 

패트릭 스튜어트의 찰스 연기도 훌륭했다. 찰스도 울버린과 함께 캐릭터의 삶을 끝냈다. 그리고 이 둘이 퇴장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다프네 킨의 로라는 정말 놀랍고 사랑스러웠다. 그 작은 몸으로 이렇게 훌륭한 액션과 눈빛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십자가(+)를 엑스맨(×)으로 바꾸는 모습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울버린 시리즈는 이번 <로건>으로 완결됐다. 엑스맨 오리지널 시리즈, 엑스맨 프리퀄 시리즈, 울버린 시리즈가 모두 완결되면서 이제 기존 엑스맨 시리즈가 모두 완결된 셈이다. 그래서 이번 <로건>에는 엔딩 크레딧 이후 쿠키영상도 없다. 말 그대로 깔끔한 퇴장이었다. 하지만 엑스맨 프랜차이즈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엑스맨: 슈퍼노바>, <엑스맨: 뉴 뮤턴트>, <엑스포스>, <데드풀 2>, <갬빗> 등의 영화가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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