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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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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La La Land) 후기

새콤한, 달콤한, 달콤 쌉싸름한





<위플래쉬>를 연출했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 새로운 작품 <라라 랜드>로 돌아왔다. <라라랜드>는 뮤지컬, 로맨스 장르의 음악 영화이다. <위플래쉬>가 광기와 열정을 그린 영화였다면, <라라랜드>는 꿈과 열정, 그리고 사랑을 그린 영화다. 이번 작품도 놀라운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로맨스, 재즈, 고전 할리우드의 향수, 뮤지컬, 댄스 등 많은 요소를 영화에 담았고, 이를 통해 시각적 · 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했다.





배우 캐스팅은 라이언 고슬링 (세바스찬 역), 엠마 스톤 (미아 역), J. K. 시몬스 (재즈클럽 사장 역), 존 레전드 (키이스 역)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선사하는 순수한 꿈, 달콤한 사랑, 뜨거운 열정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황홀하다. 캐릭터 몰입을 위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그 연기 중에 선보이는 노래 또한 수준급이다. 노래는 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나는 영화 끝나자마자 한 행동이 라라랜드 OST CD 구매였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라라랜드>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놀랍다. LA 고속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완벽한 조화를 보여준다. 차 주위에서 펼쳐지는 군무와 화음만으로도 놀라운데, 이 장면이 롱 테이크로 촬영되어 더 놀랍다. 실제 이 장면은 다중 카메라를 이용하여 원 테이크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또 수십 명의 연기자가 노래와 춤의 동선을 3개월간 연습하여 3주 이상 촬영했다고 한다. 노력의 결정체이자, 차젤레 감독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이 오프닝 장면의 음악 제목은 <Another Day of Sun>이다.





주인공 '세바스찬'은 재즈 피아니스트다. 자신의 신념과 철학을 토대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인물이다. 그의 꿈은 재즈 본연의 정통을 살리면서 자신의 재즈 클럽을 차리는 것이다. 하지만 꿈을 향한 도전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고, 그의 신념은 그저 고집과 아집으로 비치게 된다. 그랬던 그가 그녀를 만나면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게 된다. 





그녀는 바로 배우 지망생 '미아'다. 미아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이다. 비록 커피숍에서 카운터 알바를 하고 있지만, 항상 배우가 되는 꿈을 꾸며 배우 오디션에 도전한다. 하지만 미아도 세바스찬과 마찬가지로 매번 실패로 돌아간다. 오디션 중에 항상 재수 없는 일들만 겹쳐지고, 면접관들도 미아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 장면은 라이언 고슬링이 실제 배우 오디션을 볼 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각색했다고 한다. 이처럼 차젤레는 배우의 경험도 영화에 녹여냈다. 여하튼 실패를 거듭하던 미아도 세바스찬을 만나면서 그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게 된다.





이 둘의 만남은 마치 자석 같은 운명이었다.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 상관없이 이 둘은 우연을 가장한 운명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첫 만남은 LA 고속도로에서 스쳐 지나가면서 시작된다. 그다음 만남은 재즈클럽 안에서였다. 여기서 이 둘의 운명을 증명하는 멜로디가 울려 퍼진다. 바로 세바스찬이 연주하던 피아노 곡이었다. 이 음악의 제목은 <Mia and Sebastian's Theme>이다. 하지만, 곧바로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저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기회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파티에서 세 번째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시작된다. 이때 불씨를 알리는 장면이 바로 그리피스 공원에서의 탭 댄스 씬이다. 일몰 이후 황혼이 내린 무렵, 그리피스 공원 위로 펼쳐지는 하늘의 색감과, 밑으로 펼쳐지는 도시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 장면 역시 원 테이크로 촬영되어 뛰어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그 이후 영화관의 데이트를 기점으로 이 둘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다. 이 둘이 간 영화관은 LA 실존했던 '리알토 극장'이다. 폐쇄됐었지만, 지금은 복원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이 둘이 본 영화는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이유 없는 반항, 1955>이다. 이 고전 영화의 등장은 차젤레 감독의 영화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차젤레 감독은 <라라랜드> 연출을 위해 많은 고전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 영화로는 <사랑은 비를 타고>, <8과 1/2>, <스윙 타임>, <밴드 웨곤>, <로슈포르의 연인들>, <톱 햇> 등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고전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라라랜드>를 고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으로 촬영했다.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는 1950~60년대쯤 유행했던 촬영 포맷이다. 시네마스코프 방식은 와이드 스크린 영화 촬영을 위한 방식이며, 최대 2.66:1 비율까지 담을 수 있는 애너모픽 렌즈로 촬영한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서 요즘 영화 스크린보다 좌우가 더 넓은 스크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좌우로 길기에 더 많은 정보를 화면에 담을 수 있고, 덕분에 꽉 찬 배경을 보여주기에 제격이다.





리알토 극장 외에도 실제로 LA에 위치한 명소가 등장한다. 바로 '라이트하우스 카페'이다. LA 최초의 재즈 클럽이고, 영화 속에선 미아와 세바스찬이 재즈 공연을 보면서 데이트하는 곳이다. 이처럼 <라라랜드>는 현실과 영화 속 가상 세계를 넘나든다. 그래서 어떤 때는 현실적이고, 어떤 때는 비현실적·환상적이다. 이것은 차젤레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다. 차젤레 감독은 로스앤젤레스(LA)를 '시적인 도시,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세운 도시, 꿈의 도시'라고 생각하며 <La La Land>를 찍었다.





또 그리피스 천문대도 등장한다. 이 플라네타리움에서 펼쳐지는 공중 왈츠는 정말 꿈꾸듯 환상적이다. 꿈의 도시를 거니는 느낌을 표현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이 왈츠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Planetarium>이다. 이 음악 외에도 <City of Stars>, <A Lovely Night>, <Summer Montage/Madeline> 등 이 둘의 사랑을 표현하는 곡이 많이 등장한다. <Summer Montage/Madeline>는 재즈 클럽에서 세바스찬이 직접 치는 피아노 곡이다. 실제로 라이언 고슬링은 직접 피아노 연습을 해서 모든 피아노 곡을 CG와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고 한다.





세바스찬과 미아의 꿈같은 만남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세바스찬이 자신의 꿈을 현실과 타협하면서부터 이들의 운명은 갈라진다. 세바스찬은 많은 실패에 지쳤고, 또 안정적인 수입을 위해서(미아를 위해서) 키이스의 밴드에 동참한다. 키이스의 밴드 음악은 재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재즈이다. 여기서 키이스가 부른 콘서트 곡은 <Start a Fire>이다. 키이스 역은 실제 가수인 존 레전드가 맡았으며, 덕분에 이 곡의 완성도가 매우 좋다. <Start a Fire>는 너무나 경쾌하고 신나는 노래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세바스찬과 미아를 갈라놓는 불씨(Fire)가 된 음악이다. 이 곡은 정통 재즈를 추구하는 세바스찬의 꿈과 거리가 먼 곡이었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이 곡을 통해 밴드의 삶에 적응하고 안주하고 만다. 미아는 이런 세바스찬의 모습에 실망하고 그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다. 





이후 미아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세바스찬은 밴드 공연을 지속하면서, 이 둘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진다. 하지만 '배우 오디션' 덕분에 이 둘이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긴다. 미아는 세바스찬 덕분에 오디션에 응할 수 있었고, 오디션에서 <Audition (The Fools Who Dream>를 열창하면서 성공적으로 합격한다. 그리고 미아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배우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5년 뒤, 다른 남자와 가정을 꾸린 미아의 모습이 등장한다. 이미 깨진 운명 같았지만, 이 둘은 다시 자석처럼 끌린다. 만남의 장소는 바로 세바스찬의 클럽 '셉스'였다. 세바스찬은 본래 클럽의 이름을 '치킨 꼬치'로 하려 했었지만, 미아는 그 이름이 별로라며 '셉스'라는 이름을 추천했었다. 즉, '셉스'는 이 둘의 사랑을 추억하는 이름이자, 세바스찬의 꿈이 실현됐음을 알리는 이름이었다.





셉스 안에서 나타난 이 둘의 만남은 OST <Epilogue>가 울려 퍼지며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꿈을 이루는 꿈에 빠진다. 서로 연인인 상태로 '꿈[각주:1]'을 이루는 모습이 나오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각주:2]'을 꾼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꿈'일 뿐이었다. 이 둘이 만나 사랑하고 꿈을 이루는 것은 운명이었지만, 꿈을 '함께' 이루는 것은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마지막에 서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의 막이 내린다. 아마도 "그래도 우린 '각자' 꿈을 이뤄냈지?" 라는 의미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라라랜드>는 참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맛있는' 영화였다. 처음은 '새콤한' 영화였고, 중간은 '달콤한' 영화였으며, 결말은 '달콤 쌉싸름한' 영화였다. 이런 영화를 연출해낸 감독이 지금까지 연출한 영화가 단 3편이라는 점이 놀랍다. 심지어 85년생으로 매우 젊은 감독이며, 하버드 대학 시각환경학부 출신의 수재이기도 하다. <라라랜드>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었던 것은 차젤레 감독의 뛰어난 역량 덕분이기도 했지만, 같이 작업한 음악 감독의 힘도 매우 컸다. <라라랜드>의 OST는 저스틴 허위츠 음악 감독이 작곡했으며, 영화 <위플래쉬>도 같이 작업했었다. 저스틴 허위츠는 다미엔 차젤레의 하버드 동문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 두 감독 외에도 배우들의 열연, 시각·미술·의상 팀 등 많은 이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큰 몫을 해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라라랜드>는 2017년 2월 26일에 열릴 제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이 유력하다. 마지막으로 라라랜드 OST 리스트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La La Land: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Another Day of Sun"

 Cast of La La Land

 "Someone in the Crowd"

 Emma Stone, Callie Hernandez, Sonoya Mizuno and Jessica Rothe

 "Mia and Sebastian's Theme"

 Justin Hurwitz

 "A Lovely Night"

 Ryan Gosling and Emma Stone

 "Herman's Habit"

 Justin Hurwitz

 "City of Stars" 

 Ryan Gosling

 "Planetarium"

 Justin Hurwitz

 "Summer Montage/Madeline"

 Justin Hurwitz

 "City of Stars"

 Ryan Gosling and Emma Stone

 "Start a Fire"

 John Legend

 "Engagement Party"

 Justin Hurwitz

 "Audition (The Fools Who Dream)"

 Emma Stone

 "Epilogue"

 Justin Hurwitz

 "The End"

 Justin Hurwitz

 "City of Stars (Humming)"

 Justin Hurwitz and Emma St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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