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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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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Tunnel) 후기

개그로 승화시킨 왜곡된 현실





김성훈 감독 연출,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주연의 영화 <터널>이 개봉했다.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를 연출했던 감독으로, 이번 <터널>에도 주인공 시점을 탁월하게 잘 연출해냈다. 하정우도 맛깔나는 연기를 <터널>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터널>은 주인공 하정우(정수 역)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되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재난 영화다. 그러나 <터널>은 일반적인 재난 영화와 사뭇 다르다. 그동안 재난 영화는 숱하게 개봉되었다. <투모로우>, <샌 안드레아스>, <포세이돈>, <인투 더 스톰>, <딥 임팩트>, <2012>, <해운대>, <볼케이노>, <단테스 피크>, <아마겟돈>, <트위스터>, <타이타닉> 등 수없이 많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는 인간이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를 소재로 한다. 그리고 그 자연재해로부터 인간의 생존 본능을 묘사하거나, 이타적인 희생정신이나 서로 간의 사랑을 그린다. 또는 이기적이고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또 대부분의 주인공은 다른 피해자들을 구하는 영웅으로 그려진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영화 <데이라잇>은 앞에 언급한 내용을 충족하는 흔한 재난 영화이면서도, <터널>과 비슷하게 '터널 붕괴'를 소재로 하는 영화다.





그에 반해 영화 <터널>은 시스템의 부패와 부조리에 대해 역설한다. 다시 말해서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를 소재로 하는 영화인 것이다. 그리고 <터널>의 인재 사고는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단체의 잘못으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고 묘사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언론의 부조리와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에 대해서도 묘사한다. 또 주인공 정수는 <데이라잇>의 주인공처럼 영웅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저 살고 싶고 구조되고 싶은 단순한 피해자다.





영화 <터널>의 배경인 '하도 터널'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건설 업체가 돈을 아끼기 위해 공사 재료를 빼돌렸으며, 시공자들은 그 부실공사를 그대로 시행했고, 정부는 이 공사를 검증 없이 승인했다. 

또 구조대가 사고 피해자를 제대로 구조할 환경도 구성되지 않았다. 언론은 사람의 생명보다는 시청률에 눈이 멀었고, 기자들은 그 언론을 위해 발 벗고 뛰어다녔으며, 일반 대중들은 이 언론에 놀아날 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사고 피해자가 구조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노력을 해야만 했다. 만약 주인공 정수가 가만히 기다리기만 했다면, 필히 죽었을 것이다. 터널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차 경적을 울리는 등의 행동을 실천했기 때문에 구조될 수 있었던 것이다.





<터널>은 이렇게 부패하고 부조리한 시스템을 극복하기보다는, '개그'로 승화시켜 무마한다. 하정우의 익살스러운 행동과 대사, 또 다른 생존자 '미나'와 강아지 '탱이'와의 인연 등이 그 예이다. 이런 위험한 공간에서 우스운 상황이 펼쳐지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잔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라 안타깝기도 하다. 이런 영화의 모습이, 실제 현실과 닮아있어 더 안타까울 뿐이다. <터널>은 이런 현실과 시스템에 대해 외친다. "나 아직 살아있는데"라고 말이다. 시스템에 대한 이런 고발이 메아리 없이 울리는 외침이 되지 않고,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경종이 되길 바랄 뿐이다. 





이런 외침 속에 아쉬웠던 것은 과장된 연출과 비현실적인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터널>에서 묘사된 언론과 정부의 행동은 시스템의 부조리를 설명하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너무 과장돼서 묘사되는 바람에 현실성이 떨어지고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또 그들의 행동을 개그스럽게 묘사하는 장면도 많아서 억지스럽게 느껴진다. 더 잔인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한 달 가까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마시지도 못한 하정우는 너무나 팔팔하다. 일주일 정도 갇힌 얼굴이라 하면 믿겠는데, 한 달 갇힌 얼굴이라고 하기엔 너무 통통하다. 그리고 얼굴도 생각보다 너무 말끔하다. 손톱깎이로 수염 깎는 장면은 매번 주인공을 분장시키기 귀찮아서 넣었던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또 움직일 힘도 없을 주인공이 무거운 돌을 헤치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너무 비현실적이다. 한 달 동안 개 사료와 낙숫물로 연명한 사람이 정말 이런 힘을 낼 수 있었을까. 아사하지 않고, 상처로 인한 2차 감염이 안 된 것도 신기할 정도인데, 너무 기운 넘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영화의 몰입을 헤치는 요소였다.

마지막 결말로 다가가는 모습도 극적으로 급하게 마무리해버린다. 시작은 엄중하게, 중간은 유머스럽고 안타깝게 잘 진행했지만, 마지막은 망친 느낌이다. 실컷 잘 해놓고 결말에 남는 것은 그저 "다 꺼져! 이 개새끼들아!" 라는 대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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