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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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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Sicario) 후기

잔혹한 현실의 늑대 도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영화, <시카리오>다. 빌뇌브 감독은 영화 <프리즈너스>, <에너미> 등을 연출하며 스릴러의 진가를 보여준 바가 있다. <시카리오>도 스릴러적 요소가 강렬하며, 여기에 추가로 액션 드라마적 요소와 범죄 느와르적 요소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풍미를 더했다. 다양한 장르의 향이 느껴지는 만큼, 마냥 때려 부수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확연하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음.





영화 주인공으로 에밀리 블런트 (케이트 메이서 역), 베니치오 델 토로 (알레한드로 역), 조슈 브롤린 (맷 그레이버 역)이 등장한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여전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에밀리 블런트가 <시카리오>에서는 FBI 요원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도 여전사 캐릭터이긴 하지만,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리타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시카리오>에서 진정한 '전사'는 CIA 요원으로 등장하는 조슈 브롤린과, 작전 컨설턴트로 등장하는 베니치오 델 토로다. 이 두 캐릭터를 보는 맛이 꽤나 좋은데, 특히 베니치오의 존재감이 굉장하다. 처음에는 정체불명의 신비주의 캐릭터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베일을 벗겨내며 존재감이 점점 상승한다.





<시카리오>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주인공 메이서가 관찰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처음에 메이서는 작전 내용을 알지 못 해서, 맷과 알레한드로에게 끌려다니며 이용당하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작전 내용을 알고 이용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도, 마약 카르텔과의 잔혹한 전쟁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물이 된다. 처음에는 '이상'을 추구해서 아무것도 '안' 했지만, '현실'을 깨닫고 나서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며 관찰자가 돼버린 것이다.

메이서는 알레한드로의 대사처럼 늑대들 사이에서 발버둥 치는 동물일 뿐이었다. 순한 '양'까지는 아니어도, 사냥개가 되고 싶은 순진한 '강아지' 정도로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시민의 안전을 고려하고, 범죄자의 인권도 생각해주고, 합법적인 절차를 밟으며, 규정대로 처리해가지고는 마약 소굴을 소탕할 수는 없었다. 사실 정상적인 세계라면 메이서의 행동이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늑대들의 세계에서는 이 행동이 '이상적인' 행동이 돼버렸던 것이다. 





작전의 책임자였던 CIA 요원 '맷'은 메이서의 성향을 알았기에 일부러 작전에 투입시켰고, 그를 철저히 이용했다. 맷은 늑대라기보다는, 양을 지키면서도 늑대를 적절히 달래며 통제하는 '양치기'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는 늑대를 통제하기 위해 늑대 사냥꾼인 '알레한드로'와 협업한다. 알레한드로는 본래 늑대였지만, 다른 늑대에게 물리고 나서 늑대 사냥꾼으로 변모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알레한드로는 자신의 아내와 딸이 다른 늑대에게 무참히 살해당했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사냥꾼의 화신으로 거듭난 '시카리오'다. 시카리오의 뜻은 영화 초반에 나오듯이, 질럿(예루살렘에 침략한 로마군을 암살하는 자)이자 암살자라는 뜻이다. 그가 마지막에 복수하는 모습은 지극히 개인적이었고, 늑대다웠다.





캐릭터의 짜임새도 훌륭하지만, 시각적인 효과로 자극하는 영화가 아닌데도 스릴적인 요소가 강렬한 점이 더 훌륭하다. <시카리오>는 음향 효과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본격적인 씬이 나오기 전에 음향을 고조시켜서 미리 긴장할 수 있게끔 유도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만들어준다. 또 <스카이폴>, <프리즈너스> 등을 촬영했던 로저 디킨스 감독이 촬영을 맡아서 긴장감을 굉장히 잘 살렸다. 여기에다가 마약 카르텔의 잔혹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활동하는 배경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배로 만들었다. <시카리오>는 미국 텍사스의 '엘 패소'와 멕시코의 '후아레즈'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두 도시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지역에 인접해있으며, 영화 내용처럼 밀입국이 빈번하다고 알려져 있다.





구글 맵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보듯이 엘 패소와 후아레즈는 서로 인접해있다.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도시로 소문난 이곳은, 마약 밀반입은 물론, 불법 입국과 납치와 살인, 강간과 매춘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말 그대로 무법자의 도시이다.

실제로 이 도시를 로케이션으로 잡고, 영화 촬영을 할 때도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찍은 영화였기에, 좀 더 리얼하고 긴장감 있는 영화로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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